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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의 옹주다
2017-07-20 17:24:51

나는 조선의 옹주다






서영(가명)은 행복했던 삶으로 가보겠냐는 물음에 웃음을 지었다.
궁금해 하는 듯도 했다.
워크숍 도중에 최면 유도가 있었다. 필자는 그 대상으로 30대 초반의 서영을 지목했다. 현실의 삶을 그다지 만족스러워 하지 않는 그녀에게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현재의 그녀 삶에도 한 가닥 행복의 줄기를 잡게 해 주고 싶었다.
그녀를 깊은 최면상태로 유도했다.

■ 가장 행복했던 삶을 살았던 전생으로 가 봅니다. 뭐가 보이죠?
□ 신발을 신었어요. 색동고무신.
■ 옷은 어떻죠?
□ 아래는 다홍색 치마고 노랑 저고리예요.
■ 나이는?
□ 여섯 살이요.
■ 주변에 뭐가 있나요? 뭘 하고 있죠?
□ 음…….나무가 많아요. 나무가 많은 길을 아줌마들과 함께 걷고 있어요.
■ 어디로 가나요?
□ 궁으로 가요.
■ 궁에 가서 뭘 하나요?
□ 남자애를 보는데…….궁에 가서요.
■ 남자애가 누군가요?
□ 우리 오빠예요. 오빠가 뭔가를 하는 것 같아요. 까만 옷에 은박자수가 있는 옷을 입고 있고…….무슨 행사 같은데…….꽉 차서 사람이 아주 많아요.
■ 주변엔 누가 있죠?
□ 내 유모 같은 사람…….
■ 사람들이 당신을 뭐라고 부르나요?
□ 옹주 아기씨.
■ 계속 진행 해 보세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죠?
□ 아…….세자가..되는 것 같아요. 오빠가 손에 뭔가를 쥐고 걸어가는데...세자 책봉식 이예요.
■ 언젠가요?
□ 조선시대 같아요. 구한말쯤 되나 봐요. 제복 입은 일본사람도 보이는걸 보니.
■ 지금 임금이 누구죠?
□ 잘 모르겠어요…….
■ 본인은 누구예요?
□ 왕의 네 번째 부인이 낳은 딸이에요. 나는 의자 같은데 앉아있고 엄마는 아들을 못 낳아 서 화가 나서 안 온 것 같아요.
■ 아까 길을 따라서 밖에서 들어온 게 아니었나요?
□ 궁 이었어요. 궁 안에서 지금 여기랑은 좀 떨어져있는 곳이요. 거길 걸어왔어요.
■ 계속 진행 해보세요.
□ 오빠가 아버지한테 뭘 받아요. 도장보다 쫌 작은 거....
■ 오빠 나이는 어떻게 되죠?
□ 열네 살이요. 끝나고 잔치가 벌어져요. 사람들이 춤을 추고…….
■ 뭔가 중요한 장면이 있나요?
□ 일본사람들이 일본으로 가야 한다고 하는 것 같아요.
■ 계속 하세요.
□ 오빠는 아무 말도 안하고 가요. 그리고..일본사람들이 술을 마셔요. 아버지 앉은 오른쪽 두 번째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일본사람은 셋이예요. 두 사람은 앉아있고 한사람은 서 있어요. 서있는 사람은 통역하는 사람 같아요.
■ 그리고 무슨 사건이 있나요?
□ 누가 죽었다고 하는데...할머니가 죽어서 상여가 나간다고. 사람들이 다 하얀 옷을 입고... 나는 구경을 하구요.
■ 이름이 뭔가요?
□ 이름 부르는 사람이 없어요. 그냥 옹주 아기씨라고…….
■ 또 어떤 중요한 사건이 있나요?
□ 혼례가 있어요. 제가 시집을 가요.
■ 몇 살인가요?
□ 열일곱이요.
■ 누구하고?
□ 좌의정 아들.
■ 혼례식은 어디서 있나요? 상황을 설명 해보세요.
□ 마당이 넓은 집이예요. 사람들이 아주 많고…….머리에 얹은 가채가 너무 무거워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해요.
■ 신랑 얼굴은 봤어요?
□ 안보여요. 유모가 뒤에서 울어요.
■ 유모가 현생에 누구와 닮았나요?
□ 우리 할머니요.

그녀는 그녀의 할머니가 현생에서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많이 예뻐해 주시고, 뒷수발을 모두 들어 주셨다고 했다.

■ 계속 진행 해보세요.
□ 궁에서 뭔가를 잔뜩 가지고 왔어요. 곶감같이 폐백에 쓸 음식이랑...비단이랑 노리개..쌀…….
■ 그리고 중요한 사건이 있는 곳으로 가 보세요.
□ 신랑이요...하하하! (그녀가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머리를 자르고 나타났어요.(그녀 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듯 계속 키득거렸다.) 어떠냐고 물어보는데요. 후후후…….
■ 어때요?
□ 너무 웃겨요! 시아버님께 혼났어요. 혼났는데도 자기는 괜찮다고 하네요. 까만 양복에 짧은 머리예요. 너무 웃겨요. 방에 들어가서 실컷 웃어요.
■ 신랑이 현생에 누구를 닮았나요?
□ 우리 신랑이요.
■ 그리고 또 중요한 일이 있는 곳으로 가세요.
□ 중국에 가자고 해요. 신랑이.
■ 왜요?
□ 공부하겠다고. 그래서 기차를 타요. 살던 곳이 경성인데 말을 타고 한참을 올라가요.
거기서 기차를 타요. 둘이서만 떠나요.
■ 몇 살인가요?
□ 스물두 살..정도 됐나봐요. 아기는 없고요.
■ 그리고 중국에 도착했나요?
□ 네. 도착했는데 추워요. 신랑이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르겠대요...결국 마차를 타고 만주 로 가요. 가는 길이 너무 황량해요. 결국 만주에 도착했어요.
■ 그래서요?
□ 학교로 가요. 태극기도 보이고...무슨...소학교예요.
■ 만주 어디인가요?
□ 남..남주? 낭주?....낭주 같아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 그래서 학교에 다니나요?
□ 같이 다녀요. 신랑이랑. 다니면서 공부도 하고...간단한건 애들한테 가르쳐 주기도 하구요.

중국에 도착해서 조선의 시국이 어지러웠던 탓으로 그녀의 남편은 남몰래 일본에 넘어간 나라를 위해 여러모로 애를 썼다고 한다.
폐물을 팔기도 하면서 인편을 통해 돈을 대 주기도 했다고 한다. 계속 뒤에서 돕는 그를 묵묵히 뒤에서 지켜봐 주었다고도 했다.

■ 죽는 날까지 그곳에서 사나요?
□ 네.
■ 그 생에서의 삶이 현생에 영향을 미쳤나요?
□ (웃음) 그게...집안일을 잘 못해요. 내일이 아닌 것 같이 몸에 안 맞고. 후훗...
■ 그래요. 그 생을 마감하는 순간으로 가 보세요. 어디인가요?
□ 내 방이요. 늙었어요. 이른 여덟인데 노환으로 죽나봐요.
■ 주위에 누가 있죠?
□ 남편하고...제자들이요.
■ 어릴 때 궁에서의 당신의 삶과 남편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와서의 자신의 삶이 어떤가요?
□ 어릴 땐...엄마가 아들이야기만 하니까 미웠거든요..아들로 태어나지 못한 내가 너무 미웠어요. 그런데 결혼해서 우리 남편이 여자도 배우면 다 같다고...그런 건 남자 여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그렇게 의식도 바꿔주고 여러 가지 기회를 준 남편이 너무 고마워요.
■ 죽음 직전에 있는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나요?
□ 흐뭇해요.
■ 이제 생을 마감하세요. 몸과 분리되어 영으로 내려다보니 어떤 생각이 드나요?
□ 제자들이 울어요. 남편도 울고. 날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있으니까 너무 흐뭇해요.
■ 만약 다시 환생한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어요?
□ 다른 사람들 인생에 길잡이가 되 주고 싶어요.

조선시대의 옹주로 태어나 행복한 삶을 살다가 신여성으로 생을 마감한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나타났다.
그녀는 그 삶을 자신이 겪었던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했다.
그녀가 행복했던 건 옹주라는 높은 신분으로 태어나서가 아니라, 자신의 배우자를 따라 황무지로 가 어려운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았지만, 그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성별이 중요하지 않은 배움의 길을 선택했었다는 것이 더 높이 작용했다.
자신이 전생에 그렇게 중요한 일을 했다는 것을 뿌듯하게 여기며 이생에서도 다른 사람들 인생 앞에 길을 제시해 주고 싶다고도 했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워크숍에는 서영뿐만 아니라 서영의 어머니도 참석했다.
필자는 그녀의 어머니만 알고 있고 서영은 모르고 있는, 다시 말하면 확인이 가능한 서영의 과거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뱃속에 있었을 때와 그녀가 태어났을 시기는 어머니가 아니면 알 수 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옹주의 생을 마친 후부터 다시 이생으로 환생하기까지를 탐구 해 보기로 했다.

■ 어디인가요?
□ 하늘이에요. 온통 환하고 웃음소리랑....평화로워요! 너무…….
■ 어떻게 환생하죠?
□ 영계에서 구름을 타고 내려왔는데…….캄캄해요.
■ 그곳이 어디인가요?
□ 어휴...답답해...물소리가 들려요. 엄마 뱃속 이예요.
■ 밖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귀를 기울여 보세요.
□ 할머니가 엄마한테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아요. 빨리 가져오라고!
■ 그래서요?
□ 엄마가 움직여요. 머리가 너무 아픈데…….엄마가 울어요.
■ 엄마가 왜 우나요?
□ 할머니가 엄마를 못살게 굴어요. 할머니가 엄마를 구박해요. 뱃속에서도 편하지가 않아 요. 엄마 맘이 안 편하니까. 할머니가 엄마를 많이 야단쳐요.
■ 또 무슨 특별한 일이 있나요?
□ 엄마랑 아빠랑 자고 있는데…….할머니가 들어온 것 같은데…….
■ 계속 진행하세요.
□ 아빠 옆에서 잔데요…….그래서 엄마가 옆으로 돌아누워요. 답답해요.

그녀 어머니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 이제 태어날 때로 가보세요. 어떤가요?
□ 빨리 나가고 싶어요. 너무 힘들어요. 근데 얼른 못나가요. 계속 못나가요.
■ 진행해보세요.
□ 주사를 놓나봐요…….빨리 나오게 한다고…….그래도 못나가겠어요…….
■ 그리고요?
□ 후훗....팔이 머리에 이렇게 걸려서 (그녀가 왼쪽 팔을 머리위로 들었다.) 못나가요.
■ 그래서요?
□ 잡아당기는데...나왔어요. 그런데 팔이 안 내려가요. 왜 그러지? 팔이 안 내려가요. 막 주무르네...아픈데..씨이...너무 세게 주물러 저 언니가!.....어...팔이 계속 안내려 가니까 내 팔 을 묶어요....
■ 세상에 나오니까 어때요?
□ 아직 엄마 얼굴 못 봤어요. 아...담요에 쌓여서 엄마한데 가요.
■ 엄마가 어때 보여요?
□ 힘들어 보여요.

말을 마치고 그녀를 최면에서 깨어나게 했다.
그녀 어머니가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녀와 어머니는 대화가 깊질 못해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더구나 할머니한테 사랑 받는 아이에게 할머니의 나쁜 이야기는 하면 안 될 것 같아 전혀 비슷한 말 조차도 흘린 적이 없다고 했다.
서영의 할머니는 알코올이 심해 일 년에도 아픈 날을 제외하고는 늘 술을 안고 살았고, 술에 취하면 항상 하나뿐인 아들과 함께 자겠다며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그들 부부의 방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녀는 그런 말을 털어놓으며 그건 남편과 자신과 돌아가신 시어머니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가 태어날 때도 아이가 나오지 않아 3일을 진통했으며 촉진제를 두 번이나 맞고도 꼬박 하루를 더 고생했다고 한다. 그러던 아기가 팔과 머리가 함께 나오는 바람에 더 힘들게 꺼냈고, 태어나서는 한참동안 팔이 내려가질 않아 주무르길 몇 시간이나 했고, 그래도 안 돼 팔을 내려 묶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뭐 좋은 얘기라고 그런 말을 하겠느냐며, 자신은 애 낳을 때 진통을 오래 했다는 말 밖에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참을 신기해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필자는 '옹주 아기씨 모시고 사느라고 힘드시겠습니다.' 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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