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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기록
2017-07-20 17:23:06

여왕의 기록







결혼 생활이 힘들어 찾아왔다고 하는 그녀는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들어왔다.
임산부였다. 이미 산달이 가까워 왔는지 배는 부를 대로 불러,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도 힘들어했다. 그렇게 몸도 불편한 그녀를 이곳까지 오게 한 건 그녀의 가족들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이윤지 라고 소개한 그녀는 결혼을 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입버릇처럼 '전생의 무슨 원한으로 내가…….' 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고 한다.
남편과의 갈등, 시댁과의 갈등은 둘째 치고서라도, 남편 친구들까지 문제가 되는 데에는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남편은 사람이 좋아 항상 주위에 친구들이 끊이지 않았고 마음 좋은 남편에게 친구들은 하나같이 손을 벌렸다. 도와주는 것도 한 두 번이지 가족도 아닌 사람에게 밑도 끝도 없이 믿고 퍼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이미 그녀는 시댁에서 부탁했던 돈을 해 준 뒤여서 더 이상은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왜 항상, 왜 내가 이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녀는 울상을 지었다. 아이까지 있어 신경 쓸 일이 많은데 이렇게까지 마음 썩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대체 전생에 무슨 업으로 이러고 있는지 물어오는 그녀는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다.
전생 상담에 들어가기로 하고 그녀를 진정시켰다.

■ 주변을 둘러봅니다. 주변의 풍경을 느껴보세요. 어떤 상태인가요?
□ 캄캄해요.
■ 바닥을 느껴보세요. 맨발인가요? 신발을 신었나요?
□ 차가워요. 신발은 없고…….부드러운 대리석에 물이 조금 있어서…….걸어가고 있어요. 동굴 같이 생긴 곳이라 허리를 약간 굽히면서…….
■ 남잔가요? 여잔가요?
□ 스물한 살 쯤 되는 여자예요.
■ 계속 진행 해보세요.
□ 그냥 컴컴한 곳을 계속 가다가 빠져 나왔어요…….사람이 많아요. 사람이 많고 시끌벅적해 요. 모두들 다 힘들어해요. 전쟁터에서…….아...전쟁이 난 것 같아요.
■ 어느 지역인가요?
□ 유럽 인가 봐요. 제가 사람들을 도와줘요. 전쟁을 피해 도망 온 사람들 같은데...종종 부상자도 있고. 짐 드는 거랑 이것저것을 도와주고 있어요.
■ 그렇게 돕고 있는 당신은 뭘 하는 사람인가요?
□ 아가씨예요…….찢어진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드레스가 원래는 좋아 보여요.
■ 계속 진행하세요.
□ 그냥...배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왔어요. 영국 같아요.
■ 그래서요?
□ 어딘가...굉장히 큰 건물로 들어갔는데....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주 많아요. 먼저 회의장에 가서 회의가 끝난 후에 연회장에 가요. 제가...굉장히 좋은 드레스를 입고 있어요.
■ 사람들이 많은가요?
□ 예. 제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다른 사람들이 감격하며 박수를 쳐요. 그 전쟁터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거든요. 저도 울고 있어요.
■ 그 이후에 혹시 당신의 지금 생에 영향을 미칠만한 일이 일어나나요?
□ …….아주 화려한 옷을 입었어요. 여왕 같아요. 왕비인지 여왕인지....지휘봉 같은 것도 들고 있고..보좌에 앉아있어요.
■ 그 때가 언제죠?
□ 천....칠백....이십삼 년 같아요. 숫자가 뚜렷하진 않은데 그래 보여요.
■ 이름이 뭔가요?
□ 엘...리자...베스...같아요.
■ 당신이 그 지위에 오른 후의 삶은 어떤가요? 행복했나요?
□ 아뇨...허무해요. 허무했어요.
■ 어째서 허무했죠?
□ 주위에 항상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즐겼어요. 그런데 그렇게 살아왔던 게 아무 값어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그쯤까지 말하고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잠시의 간격을 둔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

□ 항상 차분하고, 든든하던 남편은 늘 옆에 있었어요. 항상 그 사람이 있어 줬는데도 난... 사람들이 날 치켜 주는 게 내 지위 때문인데도 그게 좋아서 제가 최고인 줄 알고 욕심을 부렸어요. 겸손하지 못하고. 이 자리에 오르기 전에는 어려운 사람들도 돕고 항상 그들과 힘든걸 나누려고 노력했었는데…….
■ 당신 현세에서도 당신이 최고인 줄 알고 겸손하지 못했던 적이 있나요
□ 네. 있어요.
■ 이제, 당신이 그 생을 마감하는 순간으로 가 봅니다. 몇 살인가요?
□ 백 살이 넘었어요. 침대에 누워있고 주위에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다 가족들 인가 봐요. 오래 살아서 자식에 손자에...가족들이 많이 있어요. 남편은 먼저 갔고요. 침대 곁이 가득 찼어요.
■ 노환으로 죽나요?
□ 네.
■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보세요. 어떻게 살았나요?
□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보람됐던 적도 있었고, 또 많이 베풀기도 했어요. 많이 즐기기도 했지만. 하지만 역시 베풀며 살았던 그때가 마음이 편했던 것 같아요. 죽음이 가까워 오니 많은 사람들이 제 곁에 있어 주네요…….모두 애도해요.
■ 자, 이제 그 생의 마지막 순간으로 가 보세요. 몸에서 빠져 나와 자신을 내려다봅니다. 어떤가요?
□ 성당 이예요. 아주 큰 성당. 안팎으로 사람들이 가득 찼어요. 모두 제가 누워있는 관을 향해 무릎을 꿇고 슬퍼하고 있어요. 곱고…….깨끗해요.
■ 어떤 기분인가요?
□ 가족들이 제 곁에서 지켜주니 너무 든든하고 행복해요.
■ 좋아요. 당신은 생을 마감했고 최고의 삶을 살았네요.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 최고의 자리에 있더라도 베풀고 도우면서 살겠어요.

윤지는 전생에 죽기 전에, 후생에서는 베풀며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지금 주위 사람들에게 한도 끝도 없이 베풀기만 하는 이유가 밝혀지는 대목이었다.
윤지는 그 말을 하면서도 미소 짓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에 대해 고민이 씻기지 않고 여전히 힘들어하는 그녀를 위해 밝고 활기찬 미래를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를 그녀의 미래로 유도했다.
이전 사례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최면 상담 시에 보여주는 미래의 모습은 자신의 현재상태가 반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건 다시 말하면, 과거의 삶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밝은 미래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내담자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는 방법의 일환인 것이다.
그녀 역시 이젠 전생을 봄으로써 그녀가 현재 왜 그렇게 살고 있는 지를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을 돕고 사는 것을 숙명으로 여길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이젠 그런 그녀의 길에 있어 좀 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미래 상담을 시작했다.

■ 이제 당신의 미래 생으로 가 볼 겁니다. 당신이 원하는 모습과 가까운 미래로 가 보세요.
□ 큰..건물에 있어요. 아주 높은 빌딩 숲 사이의 건물이요.
■ 그곳에서 뭘 하고 있나요?
□ 바람을 쐬고 있어요. 일을 하다가 나와서 머리를 식히는 중 이예요.
■ 당신은 그 빌딩 안에서 무슨 일을 하나요?
□ …….음...아주 높은 의자에 앉아있어요. 움직이는 의자요. 공간에 떠다녀요. 높은 곳에 앉아 있는데 밑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시를 해요.

그녀는 자신감에 찬 자신의 미래가 기뻤는지 미소를 띠며 묘사하고 있었다.
즐거워하는 모습이 목소리에 역력했다.

■ 계속 진행 해보세요.
□ 건물들 사이엔 물이 있어요. 그 가운데 고속 전동차 같은 것이 다니고 있고요. 물속에 또 다른 도시들이 들어섰고, 제가 그걸 설계해요.
■ 거긴 어딘가요?
□ 미래의 한국 이예요. 건물과 다리를 설계하기도 하고 오염된 물도 관리하고 연구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어요.
■ 자, 이젠 그 생에 살면서 당신이 가장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순간으로 가세요.
□ 손자들이....후훗...내 아들이 아이들하고 절 반겨주네요....행복해요......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은 여느 임산부의 그것과 같이 편안해 보였다.
걱정과 근심을 안고 있으면 아기에게도 전해진다.
출산 이전에 그녀에게 평안을 찾아 준 것이 새 생명에게도 도움이 될 걸 생각하니 말할 수 없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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