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상담사례

이미지명

상담사례

게시글 검색
한 맺혀 죽은 하인의 복수
2017-07-20 17:21:23

한 맺혀 죽은 하인의 복수




예약을 하고 지방에서 올라온 J는 전화 목소리와 부합하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말투에 사람이 풍겨 나온다는 말이 맞는 말이긴 한 모양이다.
단어 하나하나 힘주어 끊어 말하며, 목소리 전체에 남을 압도하고 싶어 하는 투가 역력했던 그녀는, 연구소에 찾아 와서도 도도한 눈빛으로 고민을 꺼내기 시작했다.
도움을 받으러 온 사람이 가지기엔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그 모습조차도 그 고민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데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7 년 전 사람으로써는 해결할 수 없는 일에 휘말려 어마어마한 정신적, 물질적인 피해를 입은 그녀는 그 일로 너무 시달려, 3년 전부터는 아예 절로 들어갔다. 믿고 있던 친구여서, 배신감의 정도가 더 컸던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스님께 의탁해 모든 일을 잊어보고자, 절로 들어가 참선을 시작했으나 그녀 내면에서 일어나는 거부 반응으로 인해, 한동안 고생을 했다고 했다.
이제야 시간이 지나서 조금씩 용서가 되고 있는 듯 했지만, 불현듯 솟구치는 혐오감과 악감은 인간으로 견뎌낼 수 있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녀가 그렇게 당해야 하는 이유를 전생에서 찾아보고자 하여, 다니던 절의 스님 소개로 연구소에 찾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의 전생의 업을 알아보기 위해 상담에 들어갔다.

■ 전생으로 갑니다. 무엇이 생각나나요? 주변을 둘러보세요!
□ 산골 오두막집…같은데요.
■ 그곳에서 뭘 하나요?
□ 거기서 그냥 서 있어요. 밖에서 집을 바라보고 있어요.
■ 신발은요? 자신의 모습을 훑어보세요.
□ 검정 고무신. 검정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었어요. 열여덟 살 쯤 되었고요.
■ 혼자 있나요?
□ 주위에 아무도 없어요.
■ 집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 (그녀가 한동안 머뭇거렸다.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젓는다.) 아무생각도 들질 않아요.
■ 이름은 기억나나요?
□ 김…미영이요.

그녀는 자신의 전생을 떠올리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 그 생에서 전생에 영향을 줄 만한 중요한 시간으로 가보세요. 무슨 일인가요?
□ 가지질…않는데요.
■ 아직도 그 집인가요? 그 집은 자신의 집인가요?
□ 모르겠어요…
■ 무슨 마음인가요?
□ …(그녀가 체념한 듯 낮게 되 뇌였다.) 아무 것도 모르겠어…
■ 마음을 느껴 보는 거예요. 어떻습니까?

그녀가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 내부에서 뭔가가 강력히 회상을 거부하는 듯 했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죠?
□ 서글픈 생각만 들어요.
■ 어떤 마음일까요?
□ …그걸…모르겠어요. 자꾸 눈물이 날려고 하고…
■ 자, 그럼 왜 그 오두막에서 혼자가 되었는지, 왜 당신의 마음이 서글픈지 좀 더 어린 시절로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딘가요?
□ 같은데 에요.
■ 뭘 하고 있어요?
□ 그냥 뛰어 놀아요. 다섯 살 정도 되었고요.
■ 누구와 있어요?
□ 부모님이랑 형제들. 아버지는 상인 같아요. 패랭이를 쓰고…인자해요. 엄마는 조금 통통하네요.
■ 그 가족과 함께 살게 되면서 왜 혼자가 되었나요? 뭔가 중요한 사건이 있는 때로 가봅니다.
□ (여자가 한숨을 내 쉬었다.)
■ 왜 한숨이 나나요? 무슨 일이 있는지 한번 보세요.

그녀가 다시 한동안 말이 없었다.

□ 진행이 안 되고 계속 그냥 멈춰버려요, 자꾸…
■ 왜 멈추는 건가요?
□ (다시 머뭇거린다.) 잘…모르겠어요. 진행이 안 되고 있어요.
■ 어째서 진행이 안 되는 걸까요?
□ …
■ 본인이 지나간 일들을 돌이키는걸 싫어하나요? 과거를 묻어두고 보지 않나요?
□ …맞아요.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잠재의식은 논리적이지 못해 학습 된 대로 따라갈 다름이다. 그러므로 그녀가 과거를 볼 수 없는 것도 그녀의 잠재의식이 학습 된 결과이다. 그녀가 3년 전부터 스님의 도움을 받아 해왔다던 참선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참선 도중엔 무념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니 뭔가를 떠올리는 것을 그녀의 잠재의식이 허락할 리 없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그녀가 그 동안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린 데에 그 이유가 있다. 그녀의 잠재의식은 과거를 떠올리는 게 좋지 않다고 학습되어왔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과거를 떠올리라는 것은 힘든 일이다.
좀 더 인내를 가지고 전생퇴행을 유도할 필요가 있었다.

■ 힘든 건 알지만, 지금 왜 그 오두막에서 혼자가 되어 서글픈 기분인지 궁금하죠?
□ 네. 궁금해요. 현생에서도 혼자 있는걸 좋아하거든요.
■ 그래요. 그것도 일종의 '습' 이 되어 전생으로부터 현생에까지 왔을 수 있어요. 그러니 전생에 무슨 일이 있는 지 확실히 알아보는 것이 좋아요.

몇 번 더 전생으로 유도를 했으나 그녀는 아무 것도 떠올리질 못하고 있었다.
다른 방법으로 그녀의 잠재의식을 풀어 줄 필요성을 느꼈다.

■ 자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세요. 어떤가요?
□ 실타래가 얽혀있어요. 얼키설키…
■ 색으로 표현해 보세요.
□ 어두운 빛이에요…그리고…(어렵게 말을 꺼낸다.) 그냥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 얼굴이 계속 떠오르네요. 지금 날 굉장히 힘들게 하는 사람…
■ 머릿속에 실타래가 엉켜 있는 것이 그 사람 때문인가요?
□ 맞아요…사실은, 아까 전생 떠올리라고 할 때에도, 계속 그 사람 얼굴만 떠올랐어요. 분명 히 뭔가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도저히 생각이 안나요.
■ 그 사람이 머릿속에 계속 자리 잡고 있나요?
□ 네. 계속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힘드네요. 다 용서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 이예요. 전생에서도 그 사람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한 것 같은데…
■ 예. 하지만 수많은 전생 가운데 언젠가는 당신이 그 사람을 힘들 게 한 적이 분명히 있어요. 인과응보라고 하잖아요.
다시 한 번, 아까 마당에 서 있던 당신의 그 생을 마감하는 순간으로 가 보세요.
□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갔어요…
■ 나이는요?
□ 중년 이예요. 쉰쯤…
■ 혼잔가요?
□ 아들이 하나 있어요.
■ 어디가 아픈가요?
□ 가슴이 아파서 힘들어해요. 기침을 하고.
■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세요. 어떤 삶을 살았나요?
□ 누군가에게 모든 걸 다 빼앗겨 버린 기분이에요.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전부 다요.
■ 누구죠?
□ 아까 그 친구 같아요.
■ 그 생에서 얻은 교훈이 있나요?
□ (그녀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원망스러워요. 그 생에서 모든 걸 다 빼앗기고 너무 원망스러워요. 불행했던 삶이었고 원망만 해요. (한숨을 내 쉰다.)
■ 숨을 거뒀나요?
□ 네. 몸에서 빠져 나와 영혼이 내려가 보고 있어요. 비참해요.
■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 되돌려 주겠어요. 반드시 되돌려 주겠다고…만일 다시 환생하면 그 빚을 모두 갚겠어요.
■ 그래서 되돌려 줬나요?
□ 아니요…현생에서도 다시 당했어요.
■ 당신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용서를 하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예요. 어째서 용서를 하죠? 당신도 분명 전생에서 한번쯤은 그 사람을 힘들게 한 적이 있어요. 당신도 지금 빚을 갚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숙제를 할 수밖에 없는 업의 씨앗을 당신의 전생 어느 때엔가 뿌렸겠지요. 당신이 그를 힘들게 했던 과거를 덮어놓고 기억하지 않으려 하는 겁니다. 당신은 그 사람을 용서 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진 빚을 갚고 있는 겁니다. 용서받아야 하는 거죠.

이제 조금 마음을 다 잡는 것 같았다.
그가 잊고 싶어 했던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시켰으니, J의 잠재의식은 과거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전생으로 가기로 했다.

■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왜 그에게 당하기만 하고 있는지 이제 그 원인이 되었던 전생으로 가세요.
□ 제가…안방에 앉아서 심부름하는 아이를 계속 야단치고 있어요. 계속 그 장면이 떠올라요.

일단 말문이 터지자 그녀의 전생이 봇물이 터지듯 밀려 나왔다.

■ 시대는 언제죠?
□ 조선시대 같아요.
■ 좋아요. 조선시대의 그때로 가보세요.
□ 굉장히 잘 사는 집 안방인데요…제가 안방마님인 것 같아요. 되게 부잣집인데 계속 애를 야단치고 있어요.
■ 아이는 여자아이 인가요?
□ 아뇨. 남자아이요. 옷을 초라하게 입은 일하는 애인데…내가 굉장히 매몰차게 하네요.
■ 계속 진행 해보세요.
□ 굉장히 인정머리 없고 도도해요.
■ 남편은 뭘 하는 사람이죠?
□ 선비예요.
■ 그 애를 늘 그렇게 야단치나요?
□ 예. 구박을 많이 하네요.
■ 아이 얼굴을 보세요. 현생에 그와 닮은 이미지가 있나요?
□ …있어요. 비슷한 모습이 있어요.
■ 그 아이 에게만 그런가요?
□ 아니요 다른 하인들한테는 못살게 굴어도 그런데 유독 그 아이가하는 것마다 마음에 안 들고 보기 싫어서…

본인은 본인이 한 짓을 모르기 마련이다. 그녀에게 그 하인의 마음이 되어보라고 했다. 일단은 당하고 느껴야 한다. 그래야 알기 때문이다.

■ 그럼 이제 그 아이의 입장이 되어 보세요. 어떤가요?
□ 주인마님이 너무 미워요. 사사건건 야단만 치고…
■ 어떻게 됐으면 좋겠어요?
□ 원망이 커요. 확 망해 버렸으면 좋겠어요!

말을 하면서도 그가 웃고 있었다.

■ 당신은 그 집에서 죽음을 맞나요?
□ 네. 그냥…장가도 못 가고…쉰 정도에…
■ 어떻게 죽나요?
□ 기침하면서…
■ 당신이 죽어 가는 걸 마님도 알고 있나요?
□ 신경도 안 써요.
■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세요. 어때요?
□ 한스러워요. 비참하구요.
■ 죽은 후에 그 영혼이 어디로 가나요?
□ 그 친구 얼굴로 다시 태어났어요.
■ 무슨 마음을 가지고 태어났죠?
□ 못된 마음으로…꼭…되돌려 주겠다고…
■ 자, 이제 본인으로 다시 되 돌아오세요. 하인은 그 어느 생에서 또 당신에게, 마님에게 구박받고 살 수 밖에 없는 그 업의 씨앗을 뿌렸어요. 서로 되돌려 주겠다는 마음을 가지 고 있군요. 당신은 전생모습 그대로 도도하고 냉혹한 모습을 가지고 현생에 태어났어요. 이생에선 용서를 하는 게 아니고 갚는 거예요. 용서가 아니고 본인이 빚을 갚는 겁니다.

항상 부잣집 마님으로만, 자신도 외로움과 가난함을 알게 태어난 것이 처음 봤던 바로 이전의 생이었다.
그런데 그 생에서 그걸 깨닫지 못해 그 고통이 심했던 것이다.
그 해에 진 빚이 이듬해가 된다고 없어지진 않는다. 다른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 빚이 남은 사람은 그 빚을 위해 다시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환생의 삶도 이와 같다. 이생에서 청산하지 못한 빚은 모두 갚을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도 그대로 인 셈이다. 빚을 갚기 위해서는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왜곡된 감정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 빚을 갚기 위해 묵묵히 성실히 살아가기 때문이다.

■ 이 생에서 갚으세요. 깨끗하게 갚고 다음 생에선 다시 선한 모습으로 태어나는 겁니다! 이 시간부터는 전생에서 얻은 교훈대로 그렇게 살아갑니다. 늘 밝고, 미소 띠고, 외롭지 않은 넓은 포용력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인과의 법칙에 따라 충실하게 겪은 그녀의 전생들과 현생에 대해 J는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그녀는 전생의 업을 깨우치지 못하고 원망만 했다. 결국 자신이 쌓아 놓은 업을 상담으로 모두 안 그녀는 이제 앞으로는 다른 생각으로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상담을 마치고 J에게 그 사람을 떠올려 보라고 했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 쳐진다고 고통스러워했던 사람인데, J는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고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감정을 정리한 채 현명하게 남을 생을 살아갈 J가 눈에 보였다.  

 

상단으로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