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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전생에 얽힌 인연
2017-07-20 17:20:43

세 번의 전생에 얽힌 인연





워크숍 중에는 직접 상담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워크숍에 참가한 인원에서 한 명을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그 프로그램에 연구소에 나오는 학생들 중 한 명을 선택 해 상담에 임했다.
P 는 아버지와 함께 최면과 상담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으로, 실제 나이는 23이지만, 병으로 인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맑은 얼굴로 항상 웃음기를 머금고 있는 그는. 작은 몸집에 쾌활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아버지의 권유로 함께 워크숍에 참가한 경우였다.
P 는 병원에서 정신분열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그 정신 분열로 군대에도 갈 수 없었다.
그런 P를 앞으로 불러내 상담에 임했다.

■ 먼저, 당신의 현생에 가장 영향을 미친 자신의 과거로 갈 겁니다. 지금 뭘 하고 있죠?

P 는 생각보다 빠르게 최면상태에 들어갔다.

□ 독서실 이예요. 공부를 하고 있어요.
■ 독서실에서 무슨 일이 있죠?
□ 감기라서 기침을 많이 해요. 그런데 옆에 있는 형이 자꾸 신경이 쓰이나봐요. 형이 아프면 집에 가라고 해요. 그래서 도중에 그냥 나왔어요.
■ 그게 당신의 지금 상태에 무슨 영향을 줬죠?
□ 그 다음날도 독서실에 갔는데……칼로 손목을 그었어요. 그냥 이유 없이……그냥….지금 생각하기엔 정신분열의 일종 인가 봐요. 그 일로 군대도 안 갔으니까요. 그 뒤로 긴장하면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요.
■ 왜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죠?
□ 독서실에 가면 기침을 안 하려고 허벅지에 힘을 줬거든요. 그 이후로는 허벅지에 힘을 주면 기침을 안 하게 되요. 그래서 이젠 기침을 조절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긴장하면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서….다리가 빠질 것 같이 아플 때도 있고 그래요……

뭔가 두서없이 설명을 하지만, 과거를 생각나는 대로 그대로 말 하고 있는 듯 했다.

■ 또 무슨 일이 있나요?
□ 부모님이 이혼을 해요. 그때부터 머리가 복잡해져요.
■ 부모님이 이혼을 했나요?
□ 예. 엄마랑 아빠가 싸우면 무서워요. 아빠가 때려요. 그러면 가슴이….쪼개지는 거 같아요. 그때부터 전부….뒤죽박죽 이예요.
■ 본인을 억누르는 감정이 있나요?
□ 말 못 하겠어요. 있긴 한데 말은 못하겠어요.
■ 그렇다면 당신의 무의식에 질문할게요. 당신 안에 당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있나요?
□ 있어요!

그가 뚜렷하게 대답을 했다.

■ 누구인가요?
□ (갑작스럽게) 앗!

그가 갑작스럽게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다.
당황하는 투가 역력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분신 중 하나가 자신이 노출된 것을 알아 챈 나머지 무의식중에 방어를 하는 것이다.
최면 상담을 하는 동안에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담자의 유도에 따라 말을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거부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 괜찮아요! 눈을 감고 진정하세요….괜찮아요….

P 에게 자신이 안전함을 확인시켜 계속해서 진행이 가능함을 알렸다.

■ 당신 안에 있는 또 다른 당신이 외부에서 들어온 영가인가요?
□ ….아니요.
■ 그러면, 당신 스스로 만든 또 다른 당신의 모습인가요?
□ (고개를 끄덕인다.)
■ 그 친구에게 내가 직접 질문할게요. 대답할 수 있어요?
□ (그가 어린애 같은 모습으로 웃으며 말한다.) 아니요~싫어요! 좋아요! 말장난 하고 싶어요~
■ 말장난을 왜 하고 싶어요?
□ 그냥! 재미있잖아요! 왼쪽을 보면 오른쪽 사람을 따돌리는 거고, 오른쪽을 보면 왼쪽 사람을 따돌리는 거예요! 헤헤~(그가 다시 키득거렸다.)
■ 몇 살이에요?
□ 고2 요.
■ 이름은?
□ P (그의 실명은 남자아이가 가지고 있기에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이름이었다.)
■ 너는 왜 생겨났지?
□ 몰라요. 그냥 돌아다니고 있어요.
■ 너는 왜 니 인격에서 떨어져서 돌아다니고 있니?
□ 맞았어요. 길을 가고 있는데 애들한테 맞았어요.
■ 왜 맞았어?
□ 몰라요. 그래서 집에서 혼자 원상폭격 두 하구….
■ 왜 했지?
□ 그냥 걔들한테 벌 받는 것 같이…
■ 맞는 것도 억울한데 왜 그랬어?
□ 그냥요. 집엔 아무도 없고. 혼자 집에 가면 외롭고. 미쳐버리고 싶어요….내 죄의식에 빠져서 그런 것도 해보는데, 왜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그가 말을 하는 것인지 그의 분신이 하는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또한 그의 내면 중에 하나였다. 횡설수설하며 헤매고 있긴 하지만, 그는 해야 할 말은 정확하게 짚어냈다.

■ 자신 안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 말을 해보세요.
□ freedom~

그가 노래를 하듯이 영어 단어를 읊어냈다.

□ 이름이 freedom 이예요! (그는 이제 말끝마다 미소를 띠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 그 이름은 누가 지어 준 건가요?
□ 또 다른 내가 지은 이름이에요. 제 이름이 P인데 영어발음 freedom 하고 비슷한 이름이라서요. 킥킥….

실제로 그의 한글이름은 그 발음이 freedom과 비슷했다.

■ 당신 안에 몇 명이 있나요?
□ 세 명.
■ 다른 사람의 이름은 뭔가요?
□ 김승동. 본명이 김승동이예요. 킥킥….걔가 처음 나보고 freedom 이라고 했는데…
■ 또 다른 하나는?
□ 진호. 걔는 내 뒤에 앉았었어요. 김승동은 내 옆에 앉아있었고……킥킥….

그는 여전히 키득 거리고 있었다.

■ 걔들을 그 안에 왜 만들었죠?
□ 아닌데….킥킥….걔들 때문에 내가 상처받았어. 내 이름을 그렇게 지저분하게 부르고, 내 이름가지고 장난이나 치고……
■ 그런데 그 애들을 그 안에 왜 불렀어요?
□ 심심하니까~킥킥….심심해서 혼자니까! 그냥….제 안에서 죽여 버리고 싶었어요.

죽여 버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받았을 고통의 정도가 느껴졌다.

■ 지금도 있는 그 애들을 어떻게 하고 싶죠?
□ 그냥……
■ 죽인다는 것은 또 다른 죄의식을 낳게 될 테니 뭔가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풀이 죽어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진심이었다.

■ 그럼 그 애들한테 말해보세요.
□ ….미안하다….하하하! (그가 쾌활하게 웃었다.) 괜찮다고 그러네요!
■ 그 애들이 밝은 모습인가요?
□ 한명은……괜찮다고 그러는데……
■ 미안하다고 다시 말해보세요.
□ 죽이려고 생각했던 거….미안해.
■ 뭐라고 하나요?
□ ……말이 없어요……
■ 내가 직접 말해볼게요. P에게 네가 상처를 줬잖아. 그런데 왜 사과를 안 받아. 사과 받기 싫으니?
□ 아뇨. 이제 친하게 지낼게요.

그의 내면에 있는 다른 개체를 달래는 데는 성공한 것 같았다.

■ 자, 그럼 이젠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있는 또 다른 분신을 만나보세요. 인사를 나눠요. 그의 기분이 어때 보이나요?
□ 화나 보여요…….
■ 왜 그러는지 내가 물어볼게요. 왜 화가 났지요?
□ 그 동안 같이 있었는데, 이제 배신하잖아요. 그 동안 혼자 있을 때도, 괴로워 할 때도 계 속 같이 있고 같이 행동했는데 이제 배신하잖아요.
■ 그러면 P가 그 애들을 죽였으면 좋겠니?
□ 아니요……
■ 그 동안 마음 못 잡고 힘들어해서 너 때문에 정신분열 진단까지 받았는데, 이제 바른 마음으로 돌아와서 사는 게 배신일까?
□ …….듣고 보니 아닌 것 같아요.
■ 그럼 도와줄래?
□ 그 대신 뭔가 대가를 받고 싶어요.

이제 하나의 인격체로 P의 안에 자리 잡고 있었던 그 개체는 확실한 대가를 요구했다.
그건 다시 말하면 P의 안에 완성된 인격체인 다른 것이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고, 그 말은, P가 앓고 있는 병이 정신분열이 아닌, 다중인격에 가깝다는 말이 된다.

■ 무슨 대가를 받고 싶어?
□ 여자 친구요. 제가 마음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직, 많이 만나보지 못했거든요. 킥 킥….그런데 한번 말해볼려구요….킥킥킥….
■ 그래. 그러면 앞으로는 밝은 모습으로 잘 해나갈 수 있지?
□ 네!

그가 힘차게 대답을 했다.
연령퇴행의 최면상담을 마치며, 그가 무의식중에 허벅지에 긴장을 하고 있는 것들과. 부모님 때문에 불안해했던 것들에, 안정적인 요소를 불어넣어 주었다.
이제 내면에 그런 것들이 형성 된 이유를 알아봐야 한다.
분명 충격적인 사건이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의 과거중, 그가 지금 이렇게 힘들어 하는 이유가 있는 뿐으로 가 보기로 했다.

■ (안전장치를 한 후)당신이 이런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이유가 있죠? 이제 그 원인이 되었던 시점으로 갑니다.
□ 싸우는 소리가 들려요.
■ 무슨 싸우는 소리죠?
□ 중학교 1학년 때….집에서 과외 수업 받고 있는데 밖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싸우고 있어요. 과외 끝나고 문 밖으로 나가보니 아버지가 몽둥이를 들고 이를 갈고 있어요….
■ 엄마는요?
□ 엄마는 없어요…도망갔어요…
■ 어떤 기분이죠?
□ 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아요. 계속 고개만 숙이고 있어요….가슴이 아파요.

그때의 충격이 그대로 전해 오는 듯 했다.

■ 그게 전부 인가요? 또 뭔가 일이 있었나요?
□ 자고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엄마 비명소리가 들려서 눈을 떠요.
■ 엄마가 왜 소리를 질렀죠?
□ 문 열고 엄마 방으로 들어갔는데 아버지가 엄마를 때렸어요….엄마가 눈을 감싸 안고 울고 있어요….
■ 그건 언제였죠?
□ 초등학교 6학년이요.

그가 한숨을 내쉬며 진정했다.

■ 또 다른 일이 있나요?
□ 앞마당을 내다보고 있어요…그런데 우리 집 강아지 두 마리가 싸우고 있어요……그냥 강아지 가 싸우는 건데도 너무 혼란스러워요,
■ 평소 아버지가 어머니를 구타하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죠?
□ 나도 배워둬야겠다는 생각.

그가 자르듯이 말했다. 일말의 고민도 없어 보이는 말투였다.

■ 어째서 그렇죠?
□ 복수하려고요. 나중에 나도 결혼 할 텐데, 부인을 때릴 거예요.
■ 왜 그런 생각을 해요?
□ 아버지가 왜그러냐구 물었을 때. "아버지도 예전에 어머니한테 그랬잖아요." 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그게 복수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확실히 그는 인성이 형성되던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 고등학교까지 청소년기를 모두 아버지의 폭력이 난무하는 집에서 자랐다. 늘 맞고 사는 어머니를 보며 가엽다고 느꼈었고, 항상 힘에서 우위에 서있고 구타로 어머니를 괴롭히는 아버지에게로의 반항심이, 그를 제대로 된 인성을 가진 청년으로 자라게 하는데 장애가 되었다.

■ 당신이 정신분열 증상을 나타내게 되는 또 다른 원인이 있었나요?
□ 부모님이 싸우는데 아버지가 날 불러요. 아버지가 날 묶으래요. 중학교 때요….
■ 왜 묶으라고 시키시는 거죠?
□ 엄말 때릴 것 같다면서 말로 하겠다고요….그런데 엄마가 화가 났어요. 애들한테 나쁜 것만 가르친다고…그래서 묶지는 않고 전화선만 들고서 망설이고 있어요….그때, 사실 너무 망설였어요……정말 꽁꽁 묶어버리고 싶은데……엄말 또 때릴까봐 묶어버리고 싶은데….엄마가 말리는 바람에 그렇게 못하는 게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 그리고 다른 일이 있나요?
□ 혼자 밥을 먹고 있어요. 아무도 같이 안 먹어요….엄마는 안에서 TV보시구 누나도 집 분위기가 그러니까 안먹구….아빠는 집에 없어요. 나갔어요.
■ 어떤 생각이에요?
□ 외로워요.
■ 부모님이 자주 싸웠나요?
□ 일주일에 한번 씩요. 토요일마다……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싸웠거든요.
■ 늘 싸우는 부모님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 난 나중에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 본인이 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 부모님 싸우시는데…내가 맘이 약하니까…….
■ 그런 것 들을 계속 보고 자라서, 처음 정신분열 증상을 제일 처음 보였던 게 언젠가요?
□ 중학교 때 독서실에서…왼쪽 손을 그었어요. 왜그랬는진 모르겠는데……그냥 여기저기 그었어요…그래서 아프면 부모님께 받은 몸이니까…….학대했다는 게 좋았어요. 웃고있어요, 해냈구나. 부모님한테 이렇게 복수했다….하는 기분이요……성취감같은거……

처음 부분에 말했던 독서실에서의 기억인 듯 했다. 처음엔 그저 정신 분열의 일종이겠다고 생각했으나, 역시 부모님에 대한 반감과 함께 그의 마음에 대한 표출이었던 것이다.

■ 또 반감의 표출로 어떤 일을 했나요?
□ 학교에 안 갔어요…아침에 집에서 나와서 학교에 안가고 무작정 산으로 갔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땐데….저녁까지 계속 산에만 있어요.
■ 왜 학교에 가지 않았죠?
□ 집에서 걱정하겠지…생각하면서 즐거워하고 있어요…후후….그런데 집에 갔더니 아버지가 웃으면서 반겨줘요. 술 마시면서….내가 학교 안 간 것도 모르나 봐요. 심통이 나서 입이 나왔어요.….후후……
■ 본인이 병원에서 정신분열 진단을 처음 받았던 때는 언젠가요?
□ 고등학교 2학년 땐.
■ 그때 심리상태가 어땠죠?
□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집에서 야구 중계 TV를 보고 있는데 야구장에 다른 사람들이 서 로 친해 보여요….다들….나만 혼잔 인 것 같고……그냥….정말 미친 것 같았어요.
■ 어째서 그렇게 됐죠?
□ 외로웠어요….친구가 없었거든요. 항상 혼자라는 생각을 하고……그리고….아버지와 여행을 다녀왔어요.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 한 달쯤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다녀온 후에 더 힘들었어요. 느끼는 게 틀려졌다고 해야 하나. 그게 기점이 되서 그 이전과 이후가 너무 틀려졌어요. 여러모로. 성격도 달라지고. 그때부터 친구가 없었어요.
■ 학교에선 어땠어요?
□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왜 광주 민주화 운동 있잖아요. 난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었는데, 생각이 계속 거기에 매여 있는 거예요.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 내가 타고 있는 그 버스 에 총을 쏘고 있는 것 같고….같은 반 친구 중에 한명을 보면 광주 민주화운동이 자꾸 겹쳐져서 보였어요. 그 친구가 마치….무고하게 죽은 사람인데 환생한 것 같은 기분이요….그런 영상이 겹쳐져서 보였어요.
■ 지금 돌이키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 돌아가고 싶어요.……엄마도…누나도 다 함께 살던 때로.
■ 또 싸우시면 어쩌려고요?
□ 이젠 제가 잘 말릴 수 있어요. 컸잖아요.

그가 웃었다.
그는 여러 가지 혼란한 상황과 생각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인성을 가지고 성인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 좀 더 과거로 가 봅시다. 시간이 되돌려져 당신은 지금 어머니 뱃속에 있던 때로 갑니다.
어디죠?
□ 엄마 뱃속인데…누가 차는 것 같아요.
■ 무슨 소리가 들리나요?
□ 아빠가 엄마 배를 차고 있어요. "에이, XX!" 라면서 욕을 하고 발로 차요.
■ 그게 몇 개월이죠?
□ 6, 7개월….엄마가 아파해요.
■ 자 그럼 이제 당신의 전생으로 가 봅니다. 당신이 이렇게 태어나기 바로 직전에 전생으로 가세요. 어딘가요?
□ 구름이 보여요. 구름 위에 성이 있고. 내가 밑을 내려다보니까 어떤 집이 보이네요.
■ 그래서요?
□ 그 집으로 떨어지면서….아…그게 엄마 뱃속 이예요.
■ 그래요. 그럼 구름위로 올라가기 전에 생에선 어떻게 죽었나요?
□ 스님 하다 죽었어요. 눈도 못 감고 죽었네요. 후후……

여러 가지 충격적인 일을 되돌아보는 것이 그에게 혹시 부담이 될까 싶어서 오늘은 그 정도로 상담을 마치기로 했다. 마음속에 묻어 둔걸 털어 놨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그는 홀가분해 했다. 다음 번 상담을 약속하며 그가 연구소를 나섰다.
두 번째 상담에서는 그가 그렇게 얽혀 있는 이유를 찾기 위해 전생으로 가 보기로 했다.

■ 이제 당신의 현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전생으로 갈 겁니다. 자, 뭘 하고 있죠?
□ 옛날 초가집인데, 내가 아빠 같아요.……근데 부인이 없어요.….나이는 서른둘쯤 되어 보이고….
■ 어떤 옷을 입고 있죠?
□ 아래 위 흰색의 한복이요. 흰 바지저고리요….짚신을 신고 있고요….
■ 이름을 알겠어요?
□ 우덩훈이요….이름이 이상해서 싫어요.
■ 이름이 싫은가요?
□ 후후……어쩔 수 없죠….이름이 전생이나 지금이나……
■ 집 안엔 누가 있나요?
□ 웬 아기가 있어요.
■ 부인은요?
□ 아…….(그가 잠시 생각을 했다.) 부인이…예전에 아기를 안고 젖을 주고 있던 모습이 기억나요. 그게…과거 같아요.……지금은……없고요. 혼자 장작만 패고 있어요.
■ 어떤 마음이죠?
□ 이를 악물고 장작만 패요. 뭔가 화풀이를 하는 것 같아요.
■ 무슨 일에 화풀이를 하나요?
□ 내가 부인 목을 조르고 있어요.……

두서없이 말하고 있었지만, 그의 분노가 확실하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 왜 부인 목을 졸랐어요?
□ 옆집 남자랑 친한 것 같았는데….그랬는데 실제로….불륜이었어요.….눈으로 직접 확인했어요.….
■ 그리고 나서요?
□ 밤에, 너무 화가 나서 목을 졸랐어요.
■ 죽었 나요?
□ 아뇨…살아서 도망갔어요. 그 옆집 남자랑 같이 도망하고……아이들은 내가 키워요. 딸이…. 이제 커서 자기 엄마 나이가 된 것 같아요.
■ 부인 얼굴이 현생에 누군가와 닮았나요?
□ 엄마요. 엄마랑 이미지가 비슷한 것 같아요. 킥킥….옆집 남자는 아빠예요.
■ 그 이후로 어떻게 사나요?
□ 평생 혼자 그렇게 아이들 키우며 살아요. 죽을 때까지 거기서……
■ 전생의 그 일이 현 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 사람을 죽이려고 했던 게 죄가 되서 현생에서 벌을 받는 모양 이예요. 조그만 일 가지고도 죄의식 느껴가면서……
■ 또 다른 영향은요?
□ 늘 혼자 있게 됐어요. 혼자 살아왔었고……
■ 이제, 생을 마감하는 순간으로 가봅니다. 어떤가요? 아픈가요?
□ 네…열이 많이 나요. 좀 늙어서…병이 낫질 않고….그 집에서요. 나이는 70정도 됐고, 옆에 딸이 있어요.
■ 딸을 보니 기분이 어떤가요?
□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머리가 복잡하고…앞으로 쟤가 혼자서 어떻게 하나….
■ 부인 생각하면 어떤가요?
□ 화가 나요. 부인 때문에 너무 외로웠어요.
■ 아직도 열이 많이 나나요?
□ 예. 죽었어요. 몸에서 나왔어요.
■ 그 생에서 교훈이 있었나요? 어떤 생각을 했어요?
□ 절대 도망간 부인을 다음 생엔 안 만나리라! (말을 하면서 다시 키득거렸다.) 그런데 현생에서 또 만났네요. 원망이 많았었는데……
■ 뿌린 대로 거둔다고 했어요. 대체 왜 그 부인이 자신과 아이에게 상처를 줬는지 그 이 전생으로 가서 알아볼게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있을 거예요. 그 원인이 됐던 전생으로 갑니다! 자, 어디인가요?
□ 초가집이요….나는 열세 살 남자아이예요….제기를 차고 있는데요.
■ 주변엔 누가 있죠?
□ 엄마 얼굴을 닮았는데….정신이 안 좋은 사람이에요. 미쳤어요. 방에서 내가 제기 차는 걸 바라보고 있어요. 안방에서 밖으로….
■ 그 사람이 누구죠? 나이는요?
□ 60 정도요…할머니예요.
■ 또 다른 사람이 있나요?
□ 아빠가 있어요. 그런데….가끔 장작을 패는 게 보여요. 장작을 패다가…손목이 잘렸어요. 아빠가 장작 팰 때 손을 잘 못 내밀어서 손목이 잘렸어요. 그게 난데……그걸 본 할머니가 그 장면을 보다가 미쳤어요. 정신이 이상해요. 내 왼쪽 손목이 잘렸어요.….손이 없어요.……
■ 고통이 느껴지나요?
□ 아뇨. 이제 다 낳았어요. 그게 아홉 살 정도에 있었어요. 그런데 할머니 얼굴이 아까 도망갔던 여자….지금 우리 엄마 얼굴이랑 똑같아요.
■ 그래서 어떤 영향이 있었나요?
□ 그게…그 시대에 전쟁이 있었는데 전쟁에 안 나갔어요……
■ 그 일이 현생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 분노를 잘 하는 성격이 됐어요.
■ 혹시 전생에 손목이 잘린 것과 당신이 현생의 과거에서 왼손 손목을 칼로 그엇던게 관련이 있나요?
□ 네. 어떻게 아셨어요? (그가 웃었다.) 어차피 그렇게 그어도 없어지질 않으니까 그게 좋아서요.…헤헤……

그가 무의식중에 손목을 그었던 것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그 이후로는 중요한 일이 있었나요?
□ 놀림을 받아요…외팔이….
■ 놀림 받는 것도 현실에 영향을 끼치나요?
□ 어쩔 수 없는 건데….손목이 잘린 것도 억울한데, 그런 것들로 놀림을 받으니까, 현생에 이름도 내가….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닌데….그것 때문에 순간순간 분노하는 것들이 그게……습관인 것 같아요. 그때부터….
■ 또 다른 특별한 일이 있나요?
□ 짝사랑을 했어요….그런데 신분차이가 있어서….혼자서 마음에 품고 좋아하고……
■ 그 생에서 당신을 염려하던 할머니가 애 다음 생에선 불륜을 일으키고 도망을 갔을까요? 왜 당신에게 상처를 줬죠?
□ 내가 미워서요.
■ 왜 미울까요?
□ 그렇게 조심하라고 얘기했는데…그 일로 놀란 할머니가 미치기까지 했으니까……다음 생 에 고통을 줬던 것 같아요……
□ 이제 그 생을 마감하세요. 어디가 아픈가요?
■ 머리가…머리가 무거워요.
□ 그 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 (그가 한숨을 쉰다.) 실패했어요…실패한 인생 이예요. 제명에 죽지도 못하고…실패란 게 어떤 건지 알았어요.

P 는 그는 세 번의 전생을 통해 그의 부모님과 그가 이어진 관계를 알 게 되었다.
그는 이제 화를 내는 것도 자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 아빠에 대한 분노도 업에 의해 되는 것이니 그 빚도 갚고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 말했다.
한 번의 상담 끝에 해결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P는 다음 상담을 약속하고 연구소를 나섰다.
처음 들어설 때 보다 훨씬 가볍고, 홀가분한 마음이 됐다고 웃으며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P 는 그 후에도 세 번의 상담을 더 받았으며, 확연히 달라진 본인의 모습에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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